호수 님의 서술자 타로입니다

 

 

 

스페이드 8 / 심판 / 황제

 하이타니 린도가 이노우에 치즈루를 본다. 하나의 극점으로 향하는 날카롭고도 빠른, 멈출 수 없는 화살 같은 인간을 본다. 극점으로 향하는 것은 소멸로 향한다는 뜻인데, 달빛에 번쩍여 반사되는 꼴들이 이 거칠은 속도가 상실에 도달할 수 없도록 막는다. 하이타니는 이노우에의 모든 행실을 절삭하고 싶다. 그의 같잖은 독단을, 심판하거나 평가할 가치조차 없는 행실들을 외면하고 싶다. 그러나 이노우에 치즈루는 칼날 빗겨 긁어대도 팔뚝에 손등에 들러붙고 마는 생선 비늘과 같아 하이타니의 불쾌를 해소시키지 못한다. 이노우에가 그것을 본인의 무기로 여긴다는 사실을 안다. 신체를 내어놓고 상흔을 받아 가는 식이다. 하이타니 린도는 그러한 모습을 보며 이 여자의 미친 머리꼭지 안에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나의 삶에 스미려 하는가 가늠한다. 하이타니는 지루하다. 그러나 동시에 고독하다. 제 머리꼭지 위의 왕관이, 모두가 두려워하거나 우러러볼 그것에 값싸게 반짝거리는 비늘이 들러붙는 순간을 간혹 흥미로워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이 지루한 세상이 한심하다.

 

펜타클 네이브 / 컵 3 / 달

 이노우에 치즈루가 하이타니 린도를 본다. 세상에 군림한 것처럼 구는 주제에 겨우 제 울타리 안의 것들만을 자근자근 밟아대는 남자애를 본다. 하이타니가 가진 것은 허황되다. 이노우에는 그것을 안다. 그것은 너무나 풍족하고, 축제의 노래에 푹 적신 와인과 달콤한 간식들 같은 것이지만, 정신을 차리고 풍만한 나뭇가지를 만지려 들면 어느새 낙엽 지고 썩어버린 앙상한 껍질만이 손에 닿는다. 이노우에는 그것을 사랑한다. 그 알 수 없음을, 거칠음을,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지루함과 불쾌와 허탈함을, 모든 걸 가진 채로도 저 혼자 불퉁해 보이는 애를 사랑한다. 하이타니의 허망함은 어느 곳에도 쉬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음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말해지지 않는 진실이므로 이노우에는 자신이 유일이 되었다고 믿는다. 자신만이 하이타니 린도의 껍질 위에 쏟아지는 달빛을 알아챌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달빛의 온도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DALBOM